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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개갑장터 성지 : 최여겸 마티아 순교지

by 순수람 2022.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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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개갑장터 성지 : 최여겸 마티아 순교지

진안성당 은빛대학 어르신들과 봉사자들은 본당 주임신부님과 수녀님 두 분을 모시고 2022년 7월 30일(토) 고창 개갑장터 순교지(전북 고창군 공음면 한세동길 15)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우리는 오전 8시 30분에 출발하여 차 안에서 '순례를 떠나면서 바치는 기도'와 묵주기도 '고통의 신비'를 바치고 나서, 오늘 일정에 대해 신부님께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오전에는 미사를 드리고 성지를 둘러보고 나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실내 고인돌 박물관 관람과 모로모로 열차를 타고서 야외 박물관을 관람하는 것으로 신부님께서 모든 일정을 준비하셨다. 사실 고창은 이성우 신부님께서 진안성당에 오시기 전 고창성당에서 사목 하셨기에 잘 알고 계신 곳이다. 우리는 두 시간을 달려 10시 30분 드디어 고창 개갑장터 순교 성지에 도착했다. 고창 개갑장터는 복자 최여겸 마티아의 순교성지이다.

 

최여겸은 1801년 신유박해 때 순교하셨는데, 그는 1763년 공읍면 갑촌 마을 전주 최 씨 집안에서 태어나 우리나라 최초의 순교자 중 한 분이신 진산의 윤지충 바오로에게 천주교 교리를 배우고 '내포의 사도'라 불리는 이존창 루도비코를 만나 독실한 천주교 신자가 된다. 그는 고향에 돌아와 전라도 서남해안(무장, 흥덕, 고창, 함평, 영광) 지역에 눈부신 전교 활동을 펼치다가 신유년(1801년) 음력 4월 13일 천주교 박해 시에 처가인 충남 한산에 은신 중 체포되어 혹독한 문초와 형벌을 받았으나 끝까지 신앙을 증거 하다 형조의 해읍정법(該邑正法:바른 법을 갖춘 고을)명에 따라 이곳 개갑장터에서 신유년 7월 19일(음) 38세에 참수형으로 순교했다. 

 

최여겸 마티아는 2014년 8월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하느님의 종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로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전 세계 가톨릭 교회가 공경하는 복자로 시복 되었다.

최여겸 마티아 참수 터
최여겸 마티아 참수 터

최여겸 마티아 순교 복자를 보면서 사람은 누구를 만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순교자는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이다. 최여겸은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깊은 윤지충 바오로를 만나 교리를 배웠고, 내포의 사도라 불리는 이존창 루도비코를 만나 독실한 신자가 되었으니 윤지충, 이존창과의 만남이 인생을 좌우한 만남이었던 것이다. 윤지충과 이존창, 최여겸은 모두 1801년 순교해 세상을 버리고 하느님을 증거 한 사람들로, 이 세상에서 죽었으나 천국에서 하느님과 더불어 영원히 살게 된 복된 만남이다. 그래서 사람은 누굴 만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경당 안에서 미사 봉헌하는 모습
경당 안에서 미사 봉헌하는 모습

11시가 되어 우리는 성지 담당 신부님이신 전병권 보나벤뚜라 신부님께서 집전하시는 미사를 봉헌했다. 신부님 강론 말씀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전 지구인이 70억 명이라면 그 70억 명이 "그렇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도, 하느님께서 "아니다"라고 말씀하시면 "아닌 것"이라 하시면서 우리의 뜻보다 하느님의 뜻대로 사는 삶이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나도 이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자신을 중시하고, 자신의 뜻을 찾는 사람에게는 하느님께서 함께하지 않으신다.

 

그러고 보니 하느님 뜻은 인간의 생각과 반대인 경우가 참 많다. 고통에 대한 시각도 그렇다. 고통은 인간이 회피하고 싶은 감정이지만 하느님께 가기 위해서는 고통을 사랑해야 한다. 왜냐하면 고통은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일이고,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세 수도원에서는 일부러 자신의 몸을 때리며 고통을 겪어 그 고통을 하느님께 봉헌했다. 그런데 고통 중에 최고의 고통은 순교의 고통이다. 예수님께서 겪으신 온갖 멸시와 모욕, 침 뱉음과 매질을 순교자들도 똑같이 당함으로써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과 일치를 이루어 하느님과 함께 했다. 우리도 순교자들을 본받아 일상에서 겪는 고통을 주님의 십자가 고통과 일치시켜 하느님께 온전히 봉헌하도록 하자.

예수님을 업고 계시는 성모님상
예수님을 업고 계시는 성모님상

미사 후 경당을 나오는데 예수님을 업고 계시는 성모님 상을 보았다. 성모님이 한국인이라면 이런 모습이었을까? 순박한 시골 처녀가 웃고 있는 모습이다. 아기 예수님도 엄마 등에서 곤히 잠자는 모습이 귀엽다. 이 아기가 커서 장차 인류를 구원할 것이라는 사실을 믿은 사람들은 행복하다.

 

우리는 이성우 신부님의 안내에 따라 성지 여기저기를 돌며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고창성당 주임신부였을 때 관리했던 성지이니 최고의 가이드가 아닐 수 없다. 

 

점심과 이후 일정에 대해서는 내일 이야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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